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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하면서 자주 겪는 장면
하나 떠올려 보겠습니다.
“아, 이거 예전에 정리해 둔 거 있는데…”
그런데 막상 찾으려고 하면 노션,
구글 드라이브, 사내 위키,
채팅방 파일함
수십 군데를 뒤져도 잘 안 나올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어떻게 되죠?
“에이, 차라리 새로 쓰고 말자” 그러기도 하죠.
다시 비슷한 문서가 하나 더 쌓입니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정작 지식은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이상한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식을 '설계'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먼저 인류가 과거에 지식을 다뤄온
한 가지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름부터 재미있는 공간인데요.
'호기심의 방' ‘경이의 방’
뭐 독일어로 바꿔서 '분더카머'입니다.
16-17세기 유럽 귀족과
학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이 호기심의 방에는 온갖 희귀한
물건들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머나먼 나라에서 온 동물 뼈와 박제,
기묘한 모양의 광물과 보석,
신대륙에서 건너온 식물 표본,
정체를 알 수 없는
공예품과 장식물들.
처음에는 수집의 기쁨이 컸을 것 같애요.
“와, 세상에 이런 것도 있구나!”
세계가 넓어지고 있다는 감각을
즐겼을 것이고, 내 방 안에,
그 호기심의 방안에 우주 전체가
축소되어 있다는 그런 만족감도 느꼈을 겁니다.
하지만 곧 문제가 생깁니다.
물건이 너무 많아지자, 이 방은
'뭐가 뭔지 모르는 창고'가
되어 버린 겁니다.
이 물건이 어디서 왔는지,
다른 물건과 어떤 관계인지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이 호기심의 방 안에
경이로움은 있지만,
어떤 이해와 통찰은 없는 상태.
이것이 수집의 한계였습니다.
단순히 쌓아두는 '방'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연결하는
'도서관'과 분류체계가
필요했던 이유입니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중세 수도원의 서고,
근대 공립 도서관…
우리는 책과 지식을 한곳에 모으는
거대한 시도를 거듭 반복해 왔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은 단순히
“많이 가지고 있는 곳” 그런게 아닙니다.
도서관이 도서관다울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구조가 있다는 것,
즉 분류체계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구조 위에서 길을 내주는 사람
사서 덕분입니다.
어떤 책은 철학으로,
어떤 책은 역사로,
어떤 책은 과학으로 분류됩니다.
또 어떤 책은 오래되어도 고이 보존되고,
어떤 자료는 더 이상 쓰이지 않아
창고로 이동하거나 폐기됩니다.
모든 것이 무작정 쌓이는 곳은
도서관이라고 부르기는 어렵고
창고라고 불러야 합니다.
우리 회사의 서버와 클라우드는
어떤 모습입니까? 혹시 21세기의
'분더카머'는 아닙니까? 폴더 구조가
끝없이 깊어지는 공유 드라이브,
프로젝트별로 난립하는 노션 페이지,
제목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수십 개의 '최종', '진짜최종', '진짜진짜최종'
그런 pdf' 파일들,
맥락 없이 쌓여만 가는 회의록들.
우리는 이미 거대한 '지식의 창고'는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길을 찾아주는 '설계도'가 부재한 상황입니다.
인간지능의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은 오랫동안
'수집하는 동물'이었지만,
그 문명의 수준을 가른 건
'무엇을 어떻게 분류하고
연결했는가'였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리더인 여러분의 역할은
바뀌어야 합니다. 더 많은 정보를
모으라고 독촉하는 '수집가'가 아니라,
지식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설계자(Architect)', 혹은 지식의 '정원사'가
되어야 합니다.
정원사는 씨앗을
무작정 많이 심지 않습니다.
무엇을 어디에 심을지,
무엇은 잘라낼지,
어느 가지는 쳐낼지, 또 어느 부분은
그냥 비워 둘지를 계속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결정해야 합니다.
지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으기만 하는 조직은 창고를 만들고,
가꾸고 가지를 치는 조직은
정원을 만들어 냅니다.
그렇다면, 우리 조직을
'지식의 정원'으로 만들기 위해
리더는 무엇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요?
먼저, '수집의 기준'을 설계하십시오.
일단 다 저장하고 보면
잡초가 무성해질 뿐입니다.
우리 조직에서 꼭 기록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성공의 결과값보다는,
'의사결정의 이유', '실패에서 배운 교훈',
'고객의 날것 그대로의 목소리'.
이런 '맥락(Context)'이 담긴 지식만을
선별해서 보관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길 찾기(Wayfinding)'를
설계하십시오.
검색창 하나 덜렁 있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검색어를 모르면 못 찾으니까요.
신규 입사자가 들어왔을 때,
"우리 조직은 이렇게 일해"라고
보여줄 수 있는
'지식 산책로'가 있습니까?
프로젝트 단위가 아니라,
'문제 해결 유형별', '고객 페르소나별'로
지식을 묶어,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답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산책로 구조를 만드십시오.
마지막으로 너무 중요한데요, '망각'을 설계하십시오.
저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조직은 무엇을 잊어버릴 것인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낡은 성공 방정식, 지금의 전략과
충돌하는 과거의 문서들. 이런 것들은
과감히 가지치기해야 합니다.
AI이 나왔다고 해서, AI에게 모든 데이터를
다 학습시키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잘못된 과거를 학습한
AI는 잘못된 답을 내놓습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는 결단력, 그것이 설계자 리더의
핵심 역량입니다.
스스로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져 보시기 바랍니다.
1. "우리 회사의 지식 시스템은 지금
'창고'입니까, '정원'입니까?"
2. "새로 온 직원이 우리 회사의
노하우를 배우려 할 때,
어디서부터 그 지식의 산책을 시작하게
하시겠습니까?"
3. "더 이상 우리답지 않은,
이제는 버려야 할 낡은 지식은
무엇입니까?"
이 세가지 질문들을 한 번 적어 두고,
팀 단위, 조직 단위로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다면
우리 조직은 “지식 정원 설계자”의
첫발을 뗀 셈입니다.
인류는 호기심의 방에서 도서관으로,
그리고 데이터 센터로 지식의 그릇을
계속해서 키워왔습니다. 하지만 그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본질은요,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을 것인가?“ 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우리가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만의 지식 정원을
가꾸는 '디지털 정원사'가
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07:28ㅣ2026-05-14
[아이겐 밸류 시리즈] 조직의 데이터를 쓸모있는 지식으로 바꾸는 방법 (이은수 교수)
Turning organizational data into useful knowledge (Professor Lee Eun-su)
"오늘날 조직의 지식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정보를 많이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선별해 ‘지식의 정원’처럼 설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작정 데이터를 모으는 ‘창고’식 관점에서 벗어나,
의사결정의 맥락이나 실질적인 교훈 등 꼭 필요한 지식을 선정하고,
검색과 길찾기가 쉬운 구조를 마련하며,
더는 유효하지 않은 낡은 정보는 과감히 버리는 전략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리더에게는 수집의 기준, 길찾기 방식, 그리고 망각 설계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조직의 지식 체계를
끊임없이 재정비하는 설계자적 역할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정원사적 태도를 가질 때 조직은 정보의 혼란에서 벗어나
생산적 협업, 빠른 학습, 창의적 발전이 가능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In today’s organizations, effective knowledge management
is not merely about accumulating information,
but rather about systematically classifying and curating it
designing a “knowledge garden.”
We must move beyond the warehouse approach of indiscriminately gathering data,
and instead focus on selecting essential knowledge,
such as decision-making context and practical lessons.
It is critical to build structures that facilitate easy searching and navigation,
while strategically discarding outdated or irrelevant information.
Leaders play a vital role as architects,
continually refining the organization’s knowledge system from three perspectives
standards of collection, methods of navigation,
and frameworks for planned forgetting.
Adopting this gardener-like mindset enables organizations
to escape the chaos of information overload
and lay the groundwork for productive collaboration, rapid learning, and creative growth.